"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
스피노자
1년 전부터 나는 책들을 여러권 펼쳐놓고 조금씩 조금씩 한꺼번에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확실히 시험공부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무엇이 스며드는지 모르지만, 안개처럼 글자들이 스며드는 것 같다. 나는 안개를 좋아한다. 새벽녘 어스름의 안개가 좋다. 그런데 서울의 안개는 나쁜 공기라고 한다. 그 안개에는 자본주의 도시의 죄악이 가득하다. 한편 나는 죄악처럼 책을 읽는다. 그 기분이 나쁘지 않다. 죄의 덩어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