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참을성도 없고 신심이 굳지도 못한 것 같다. 어제 희망뚜벅이 할때는 다리가 너무 아퍼서 낑낑댔는데 나와 함께 걸었던, 아니 며칠전부터 계속 걸었던 다른 분들은 군소리 없이 잘만 걸어가셨다. 또 지난번에 평택에 1차 희망텐트 갔을땐 너무 추워서 벌벌 떨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새벽7시에 도망나갔다. 이런 사실들로 보았을때 난 참을성이 개뿔도 없는 것 같다. 이걸 고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않고 죄책감을 갖지도 않지만, 어쨌든 이건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나같이 참을성 없고 이기적인 사람조차 이런 억압받는 이들, 몫없는 자들의 저항에 '연대'할 수 있고, 또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두렵거나 쪽팔리는 일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삶의 곤경과 억압, 외로움 같은 것들이, 함께 연대할 수 있을때에야만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어떤 성격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만이 용기있는 행동들을 할 수 있으리라는 세간의 말들에 동의할 수 없다. 동시에 어떤 사람들은 유독, 그런 것들을 절대 할 수 없으리라는 말에도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어렸을때부터 전교에서 가장 이기적인 놈, 동네에서 젤 싸가지 없는 놈의 부류에 속했지만, 결국 이런저런 성격적 결함들을 떠나서라도, 내가 스스로 자본주의 체제의 억압에서 해방되어나갈 수 있으려면, 나와 함께 숨을 쉬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곤경을 떨치고 저항할 수 있을때라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뭔가 자꾸 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고귀한 인간성 때문이 결코 아님을 말하고 싶다.
물론 저 거리에 가면, 정말 존경하는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는 많은 분들이 있다. 그때마다 자극도 받고, 울림도 받는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은 분명 아니다. 다만 나는, 이것 하나만은 잘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나처럼 착하지 않고 싸가지 없는 사람도 '연대'의 일상을 살 수 있다", 라는. 그러다보면, 이렇게 살다보면 성격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결국 그건 죽을때까지 지향해야 하는거라고 생각한다. 포기할마음도 없지만, 조급해지고 싶지도 않고, 좌절할 마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