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0월 2008 · 2 분 길이 자존심 나는 매일매일 자존심에 입은 상처의 벌어진 틈을 꿰메며 잠에 든다. 오늘은 어디에서였지? 그리고 몇 센티나 벌어졌지? 이 감옥같은 곳에서 하루하루 쳐박혀지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참 치욕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더 보기
2 10월 2008 · 4 분 길이 허진호 영화 “행복” 영화 <행복>은 한 중년 남자의 어떤 여정 같은 것을 그린 영화이다. 영수(황정민 분)는 유부남으로, 방탕한 생활에 과격한 말투, 게다가 분별없는 연정들까지 뿌리고 다니는 그야말로 망나니같은 더 보기
27 9월 2008 · 2 분 길이 김영하 소설 “퀴즈쇼”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몇권 정도 읽다가 막간을 이용해서 김영하의 <퀴즈쇼>를 읽었다. 구조적인 짜임새가 안정적이고 읽기에 편했다. 그러나 그 짜임새의 안정성이 너무 잘 인식되어서, 소설의 열려있는 결말과는 달리 안정적으로 더 보기
27 9월 2008 · 2 분 길이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열린책들에서 나온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보급판을 사서 읽고 있다. 500~600페이지씩 되는 책들이 스무권정도나 되는데 이렇게 엄청난 분량의 소설들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러시아 문학자 석영중 교수에 따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경제관념이 부족했고 더 보기
24 9월 2008 · 3 분 길이 두려운 변화 마음이 공허하고 답답할땐 나도 모르게 공중전화 앞으로 향한다. 수화기를 들고 카드를 긁는다. 그러면 상대방의 번호를 누르라는 서영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 꾸욱꾸욱 천천히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잠시후 통화연결음이 더 보기
18 9월 2008 · 1 분 길이 조급증 자꾸만 조급해진다. 이 거대한 세상 앞에 서서 하고싶은 일, 해야할 것만 같은 일,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데, 나는 이 산 속에 쳐박혀 있다. 아무 부질없는 일들을 하면서... 하루에 몇시간씩 책을 더 보기
17 9월 2008 · 1 분 길이 지하 아케이드 거대도시의 지하 아케이드 아케이드 밖은 암흑과 검은 비 뿐일 것이다 이번이 몇번째인가 아케이드의 막다른 골목에서 H를 다시 만났다 행복한 기대와 두려운 예감이 끊임없이 머리 속에 교차했다 이 혼란은 색맹처럼 세상을 더 보기
16 9월 2008 · 1 분 길이 축지법 복귀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축지법도 할 수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다시 고물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고 푸석하게 굳어버리는 시간 남원까지 다다르는 방법으로 축지법을 택해야만 했다. 내 두 발이 고속모터처럼 굴러갈때 산과 산, 강과 더 보기
16 9월 2008 · 1 분 길이 난다 너는 영웅처럼 멋지게 날지 못해 하지만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지? 빼곡하게 깨진 병 조각들이 꽂혀있는 울타리를 훌쩍 넘어서 구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잖아 그러니까 자유롭게 날 수 있잖아 말도 안되는 더 보기
15 9월 2008 · 1 분 길이 박쥐나비 이곳에는 기분 나쁘게 생긴 흑색 나비들이 많아요. 날개를 퍼덕거리며 제멋대로 날아다니고, 우리가 걸어갈 때 아주 종종 우리의 시선을 방해하며 공기를 휘젓지요. 그러다가 기분 나쁜 그들을 쫓아내려 발을 내딛으면 얌체처럼 포플러나무 더 보기
11 9월 2008 · 1 분 길이 「골동품」 中 "의지에 생생한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표상된 이미지 뿐이다. 그에 반해 단순한 말에서는 의지가 지나치게 불붙어 이내 훨훨 타버릴 수 있다. 정확하게 이미지로 표상하는 일이 없이 건전한 이미지란 있을 수 더 보기
11 9월 2008 · 5 분 길이 안암동 휴가에서 복귀했다. 남들이 모두 4.5초같다고 말하는 4박5일짜리 휴가가 내겐 45일같이 느껴졌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시간은 너그럽고 풍족하게 느껴졌다. 휴가중 어느날 나는 어색하게 눈을 깜빡이며 안암동엘 갔다. 휴가 셋째날 저녁에 더 보기
10 9월 2008 · 1 분 길이 2008년 여름 독서 목록 19세기 프랑스에서는 귀스타프 플로뵈르의 <마담 보바리>와 다른 소설들, 오노레 드 발자크의 인간희극 모든 번역본들, 기 드 모파상의 모든 단편소설들, 샤를 보들레르의 <파리와 우울>, <악의 더 보기
10 9월 2008 · 2 분 길이 군대 얘기하지 않기 11일까지는 휴가나온 군인이다. 호남선 기차를 타고 용산역으로 올라오며 내가 다짐한 것은 군대 얘기 하지 않기이다. 휴가 나온 군인은 재밌는줄 알고 군대 얘길 하지만, 사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재미없기 때문이다. 더 보기
9 9월 2008 · 4 분 길이 노스페라투 낮에는 오랜만에 윤영을, 저녁때는 세희와 승환, 유필을 만났다. 우리는 충무로의 어떤 중국집에서 밥을 먹고, 남산 한옥마을로 향했다. 충무로 국제영화제의 야외상영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오늘은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의 1922년작 괴기영화 < 더 보기
9 9월 2008 · 1 분 길이 휴가 첫날 밤 4박5일짜리 휴가를 나와서 보낸 첫날 밤에 밤새도록 나눈 이야기들은 삶의 권태에 빠진 나를 뒤흔들어놓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리의 영화는 무엇을 말해야하는가. 우리는 어떤 영화를 해야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더럽혀지는 이 역겨운 세상에서 더 보기
7 9월 2008 · 2 분 길이 공지영 단편소설 「길」 이른 아침 여덞시에 오른 기차. 서울로 오면서 공지영의 단편들을 모은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를 읽었다. 몇년 전에는 공지영 소설들의 소극성과 염세주의에 질려 제대로 읽지도 않고는 폄훼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더 보기
2 9월 2008 · 23 분 길이 바지를 입은 구름 -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기름때 흐르는 소파 위의 뚱보 하인처럼 물렁한 뇌수에서 몽상을 하는 당신네들 생각을 내 피투성이 심장에 대고 문질러 마음껏 조롱하리라, 뻔뻔하고 신랄한 나는. 내 영혼에 새치라곤 한 올도 더 보기